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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성 청소년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시청소녀 건강센터에서 여성의학과 야간진료를 받고 있다(서울시 제공)

서울 합정역과 상수역 인근 주택가 골목길은 ‘숨어 있는’ 가게를 찾는 ‘홍대족’들이 붐비는 곳이다. 젊은이들이 오가는 길 한쪽에 양옥집 한 채가 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10대 여성청소년들을 위한 건강센터다. 가출해 노숙을 하거나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청소년들을 위한 건강센터 ‘나는 봄’이다.

2012년 9월 문을 연 이곳은 산부인과, 치과 치료와 함께 정신상담, 심리검사, 성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보통 평일 오후 7시까지만 운영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밤 10시까지 야간진료를 한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녀들이 많다보니 낮에 올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야간시간대에 302명이 찾아와 1086건의 치료와 상담을 받았다.

한 여성 청소년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시청소년건강센터에서 여성의학과 야간진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센터에는 전문의와 간호사, 치위생사 등 의료진 12명과 자원봉사자 10명이 10대 여성청소년들을 돕고 있다. 가장 수요가 많은 분야는 치과 치료이지만 산부인과의 초음파 검사와 질염 치료, 자궁경부암 검진도 한다. 중절수술을 경험한 소녀들이 사후 조치를 받기도 한다. 성병이 걱정스러운 아이들도 와서 검사와 치료를 받는다. 복통과 감기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 치료는 물론 자세교정이나 잇솔질 등 건강교육도 실시한다.

건강센터지만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가출한 10대 여성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셋 중 한 명은 하루 한 끼를 먹거나 이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치료뿐 아니라 상담을 통해 정서적 회복을 돕는 일도 ‘나는 봄’의 역할이다. 일반 양옥집 구조를 그대로 두고 내부만 바꾼 것은 여성청소년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험에 놓인 아이들이 더 큰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끈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경우 출산 때까지 진료해주고 미혼모 시설과 연계를 해주기도 한다. 야간진료를 시작한 뒤 입소문이 나면서 친구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져 이용자도 늘고 있다. 여성청소년 건강센터는 12일에도 오후 10시까지 야간진료를 한다고 11일 밝혔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당장 숙식 문제를 해결하기도 버거운 아이들에게 건강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부담없이 이용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